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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pakistan

그날 밤.

파키스탄 길깃에서 어느날 밤.

놀다보니 늦었다
늦게 길을 나섰는데, 길엔 아무도 없다
차도 없다
걸어서 20분 거리..
걸어도 되는 길인데 굳이 택시를 타란다
이유는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조심하란거다

슬금슬금 겁이 나고 택시를 겨우 잡아 탔다
길에 차도 없는데 어찌 용케 잡아서..

숙소에 들어와 보니 별 다른 일이 없다

티비 보면서 이것저것 하면서 노닥거리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폭죽소리가 들린다
엥? 오늘 무슨 축제날? 그러면서 매니저 하빕군에게 물었더니
하빕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선다

바깥에서 무슨 소릴 들었는지
바깥에 노는 사람들을 모두 방안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폭죽소리라고 생각했는데 ..
설마 총격전? ㅡ_ㅡ;;

방안에 들어가 가만히 있다보니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ㅡ_ㅡ;;

영화에서나 들을법한 총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계속 들리고
완전 전쟁이라도 난 듯한 분위기다

그래 잊고 있었던거다
지금 있는 동네가 아주아주 아주 위험한 곳이란 걸 ㅡㅡ;;
그렇게 밤새 총격전 소릴 듣고 있다가
담날 아침 밖으로 나가보니..
바깥엔 군데군데 방공호가 들어서 있고
생전 첨보는 대포같은 총들이 나와있다
물론 길을 지키는 군사들은 수가 몇배로 늘었고..

얘길 들어보니 그전날,
그 삼엄한 길가 분위기는,
종교 분쟁이었던거다
수니파 수뇌부중 하나가 길에서 암살을 당해서
보복을 위한 총격전이었던 것이었다고..


내가 맘놓고 밤거리를 활보하는 동안에,
바로 몇미터 코앞에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리고 내가 잠자고 있던 옆에서는
밤마다 무시무시한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거였다
그런 곳에서 그렇게 속편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으니ㅡㅡ;;
게다가 총격전 소릴 녹음하겠다고 창밖에 손뻗어 내밀어 녹음이나 해싸코..
정말 안겪어보니 겁이 없다고..

밖엔 다리없는 사람 팔없는 사람도 즐비하다
폭탄도 꽤나 자주 터지고 사람도 꽤나 자주 죽어 나간다

그래도 모르면 용감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단다

그래서 살아가는거고 이렇게 지내온거다

앞으로도 더 무식하게 더 용감하게 살아가야지


아휴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