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다

경북 영주시 마구령 트래킹

경북 영주시 마구령

 
 
삼도가 눈 아래로구나
강원·충북·경북 접경…부석장 가는 장꾼들 필수 코스
 
"나뭇가지가 마치 손바닥에 있는 손금 같지 않니" "할아버지, 부처님 손바닥은 저만 해?". 너울너울 해질녘 마구령을 넘는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사뭇 충만하다. "할아버지, 그럼 저기 저 달은 뭐야" "응 그건, 네가 엄마 말 잘 듣나 안 듣나 보고 있는 부처님 눈동자지".
이번에 안내하는 백두대간 옛 고개는 경북 영주시 마구령(해발 810m.경북 영주시)이다. 동해안을 따라 남으로 힘차게 내닫던 백두대간은 태백산을 일으킨 뒤 서쪽으로 방향을 휙 틀어 소백산과 속리산을 잇달아 빚고 내륙을 가로지른다. 마구령은 소백산 정상 비로봉 동편에서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 중 하나다.

마구령 양편에는 영주시 부석면 면소재지와 오지마을 남대리(역시 부석면)가 각각 자리잡고 있다. 부석면 읍내는 끝자리가 1, 6일인 날에 장이 서는 큰 동네다. 영주 사과가 이곳에서 자라며 배흘림 기둥이 아름다운 부석사 무량수전도 읍내에서 멀지 않다.
고개 너머 남대리에는 남대천이라 불리는 개울이 하나 흐른다. 백두대간 상의 선달산(1236m)에서 발원한 이 개울은 남한강의 최상류다. 남대리에서 남대천을 따라 3㎞쯤 가면 행정구역이 바뀌어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가 되며 의풍에서 노루목이라는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행정구역이 또 달라져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이다. 옛적에는 영월군 하동면과 단양군 영춘면에서도 마구령을 넘어 부석장에 오곤 했다(부석면.영춘면.하동면 3개 면 사람들은 매년 봄 번갈아 가며 '3도 접경 단합 체육대회'를 연다).

남대리가 수십 년 전에는 오지마을이 아니었던 게다. 이장 임수경(51)씨에 따르면 그가 어릴 적에는 남대리 가구수가 200호를 넘었다 한다(현재는 40가구가 조금 넘는다).

장꾼이 많다 보니 남대리 쪽의 고개 초입에는 주막도 많았다. 단양이나 영월 쪽에서 온 장꾼들은 저녁때쯤 남대리에 당도해 주막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고개를 넘었다. 장꾼 중에는 소나 말을 끌고 온 사람도 많기에 주막에는 소나 말을 맬 수 있는 마구간이 딸려 있었다. 마구령이라는 이름이 '마구간'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막거리에는 7, 8년 전까지만 해도 영업을 하는 주막이 몇 집 있었다. 지금도 주막 건물이 셋 남아 있어 이곳 지명은 여전히 주막거리다.

마구령을 넘나드는 버스편은 없다. 남대리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인근 의풍까지 3㎞ 비포장길을 걸어가거나 8㎞ 남짓한 마구령 고개를 넘어야 한다. '마이카 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 노년층인 남대리 사람들에게 대중교통편이 아쉽다. 그래서 이들은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장차(場車)'를 타고 부석장에 나간다. 장날 오전 8시 승합차가 40 남짓한 집을 일일이 돌며 장에 갈 사람을 태운다. 이들은 장을 보거나 한약방에 들르는 등 부석면 소재지에서 볼일을 보고 오후 3시 다시 모여 장차를 타고 마구령을 넘는다.

트레킹 삼아 마구령을 걷는다. 부석면소재지에서 고갯마루까지 올라가는 길. 제법 가파르지만 뒤를 돌아보면 힘이 생긴다. 발 아래 펼쳐지는 영주시 전경, 그리고 동편으로 펼쳐지는 소백산의 뭇 봉우리가 시원하다. 고갯길 양 옆으로 이깔나무 군락이 참 곱다. 고갯마루에 서니 목이 제법 마르다. 주막이 없어지기 전에 와야 했던 것을.

중앙일보 / 2006.02.16
마구령 글.사진 = 성시윤 기자
*** 여행정보
 
■ 추천 산행 코스 = 마구령을 넘는 길은 일부를 제외하곤 상당 부분 포장됐다. 차로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경관이 수려해 걸어 넘어갈 만한 운치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그네를 위한 추천 일정은 이렇다. 부석사 도착 및 부석사 구경→ 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 구경(한 곳 입장료 3000원으로 세 곳 관람 가능)→숙박 → 다음날 아침 마구령 넘어 의풍까지 도보 트레킹 → 의풍에서 시내버스(오전 6시60분, 오후 2시20분, 오후 6시 등 하루 3회, 043-422-2866) 승차 → 구인사.온달산성 구경

■ 추천 숙소 = 영주시 순흥면의 선비촌(054-638-5831,5832.sunbitown.com) . 영주시에서 초가집 다섯 채 기와집 일곱 채를 7년 동안 지어 한옥 숙박 체험 장소로 2004년 9월에 문을 열었다. 매주말 전통 혼례를 시연한다. 각종 민속놀이를 할 수 있다. 소수서원에서 2분 거리. 숙박료는 방 한칸에 초가집 2만~4만원, 기와집 2만5000원~5만원.

■ 추천 맛집 = 남대리 경노당 식당(054-638-9578). 노인 내외가 운영하는 소박한 식당. 메뉴에는 없지만 이 집의 이북식 만두가 일품이다. 할아버지가 이북 출신인데 내외가 수년간 만두집을 꾸린 경력이 있다. 부석사 입구의 종점식당(054-633-3606). 주인 할머니가 남원 출신으로 전라도 맛을 낸다. 청국장이 대표 메뉴.